경기 침체와 함께 코딩 광풍이 살짝 사그라든 느낌이 드는 이 시점에서 지난 코딩 열풍과 개발자 취업에 대한 이야기를 짧게 해볼까 한다. 우물 안 개구리 수준인 개인적인 경험을 녹인 글이라 일반화의 오류를 넘나들 수 있으니 혹여 의도치 않게 마음의 상처를 받으시는 분들이 있다면 심심한 사과를 드립니다.
전 세계가 디지털 전환이라는 큰 변화의 흐름이 진행 중이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개발자 모시기가 한창 유행이었다. 코로나가 할퀴고 간(아직도 안 간) 깊은 상처에는 아직 밴드도 붙이지 못하고 생채기들이 더 커지고 있지만, 여전히 디지털 전환이라는 대세가 꺾이지는 않는 모양새다.
대기업들도 잇따라 몸집 줄이기에 나서고 있습니다.넷플릭스는 이미 전체 직원의 3%에 해당하는 300명을 감축했고, 테슬라도 직원의 10%를 줄이겠다는 방침을 발표했습니다. 또 바로 어제 소셜미디어 스냅도 직원의 20%를 정리 해고하겠다고 밝혔고, 구글과 페이스북의 모회사 메타도 경기침체 우려로 채용 계획 축소에 나섰습니다. 일각에서는 IT 업계를 시작으로 이 같은 감원 바람이 다른 분야로까지 확산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습니다.
美 IT 업계 구조조정 바람 - https://biz.sbs.co.kr/article/20000078654
미국 반도체 기업 인텔이 이르면 이달 내 수천 명에 달하는 인력을 감축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글로벌 PC 수요 위축으로 실적이 타격을 입자 인건비 절감에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인텔, 이달 수천명 정리해고 - https://www.hankyung.com/finance/article/2022101234861
하지만 빅테크 기업들 곡소리 나는 중.. 아, 그럼 작은 곳들은 시체가 됐겠구나😥
쏟아지는 투자와 치솟은 주가를 바탕으로 경쟁적으로 인재를 모으던 빅테크 기업들은 다시 토해내는 중이다. 금리 상승기에 취약한 성장주로 대표되는 기업들이기도 하고, 미국은 '해고자유원칙' 같은 뭐 이런 게 다 있나 싶을 정도로 워낙 유연한 고용시장이다 보니 사실 이런 모습이 낯설진 않다. 국내 시장을 보면 비슷한 포지션의 네이버, 카카오 같은 회사도 구조조정에 채용 군살 빼기가 현재 진행 중이다.(주가까지 군살 빼기... 진짜 이러기냐)
어쨌든 빅테크 아니더라도 디지털 전환을 위해 거의 전 업종에서 IT 인력이 대거 필요한 상황이다 보니 개발자 몸값이 치솟았다.(물론 작은 기업 빼고..😭) 가장 두드러지게 성장하며 득을 본 것은 부트캠프(신병훈련소, 즉 학원)들이다. 역시 골드러시에는 청바지를 팔아야 하는 이치처럼 기회를 노리던 발 빠른 사람들은 진작 돈 냄새를 맡고 온라인 신병훈련소를 차려 돌리기 시작했다. 전체 비용 중 90% 이상을 전부 지원하는 '국비 지원 교육'만 노려도 중박은 기대해 볼 만하다. 왜냐? 국비만 놓고 봐도 작년 한 해 1만 1727명, 올해에는 8월까지만 1만 3615명으로 코딩 교육 열풍이 여전히 식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수강료는 500~1500만 원 사이를 왔다 갔다 하는 듯.
하지만,
달도 차면 기우는 법.
?
"하지만 나는 기울여도 동그랗지롱~ 기우는 건 너일 뿐~"
유명한 업체들은 나름 탄탄한 커리큘럼으로 인기를 끌며 IT 교육만으로 100억 매출을 찍기도 하는 것 같은데, 코딩 열풍에 수준 미달 업체들도 늘고 있기 때문이다. 커뮤니티에서도 종종 화제가 되곤 하는 이슈다 보니 그때마다 현직자들의 현실 직시용 일침도 같이 돌아다닌다.
위 짤들의 말도 공감은 가지만, 역시 '케바케'라는 생각이다. 아주 먼 옛날 사회생활을 웹디자이너로 시작했던 탓에 웹 개발 전반에 대한 게 늘 궁금했었는데, 마침 기회가 닿아 백엔드 웹개발 쪽으로 국비 학원을 다녀봤었다. 여러 후기를 보다 보면 학원마다 강사마다, 특히 수강생마다 전부 다른 걸 알 수 있었는데, 내가 학원을 찾았던 해는 코로나 터진 바로 그 해였다. 당시에는 코로나로 인해 당장 생계나 진로가 어려워진 친구들이 많았던 기억이 난다. 친구 추천으로 업종 전환을 하는 경우가 많았었고, 가장 안타까웠던 케이스는 항공기 조종사를 포기하고 온 친구였다. 그 친구 외에도 코로나 직격탄을 맞았던 관광, 레저 등 관련 업종 종사자들이 꽤 많았다. 오프라인 지점을 줄여나가고 있는 게 실감 나게도 은행 출신도 있었다. 어쨌든 상황이 여의치 않은 탓이 컸던 건지 지금 돌이켜봐도 괜찮은 친구들이 제법 많았다. 물론 적성에 안 맞거나 미안하지만 다른 일 알아보는 게 좋지 않을까라는 말이 목구멍까지 차오르는 걸 간신히 참아낸 애들도 당연히 있었다.(개발자로 취업한다는 애가 사칙연산도 안되면...ㅠ)
과제나 발표 자료는 어쩜 그리들 잘 만드는지...
현업에서 문서 좀 만지셨나 봐... 문과 놈들아 여긴 이과라고...
(내가 디자이너였다는 건 비밀...로 안 해도 잘 모르더라... 이것들 눈들이 없구만~~~😤😭)
단편적인 경험이지만, 결국 애초부터 공부머리, 일머리가 있는 애들은 역시 잘하더라. 지금도 취업해서 잘해나가는 것 같고.(아닌가!?) 뭘 해도 잘할 애들은 애초부터 국비 학원 같은 거 안 갈 거 같긴 하지만, 전략적으로 포폴 쌓으러 오는 CS 전공 친구들도 종종 있어서 부트캠프에 대해 도매금으로 판단하긴 어려운 것 같다. 개발 식견이 짧은 내가 중언부언해 봤자긴 하지만, 여튼 폭망하는 부트캠프가 있다면 잘 나가는 부트캠프도 있다는 것. 개인적으론 인프런이나 패스트캠퍼스를 요긴하게 잘 이용하는 중이다.
이것은 비하인드 스토리.
사실 가볍게 생각하고 잘 알아보지도 않고 들어갔던 백엔드 개발반이 취업반이었던 걸 첫 시간에 알아버렸다. 그 탓에 강사가 '넌 여기 왜 왔음!? 할 순 있겠음?흐음 🤔...' 이라고 대놓고 물어봤다. 당황했지만 안 그런 척 '아.. 네네. 할 수 있습니다.' 라고 해버림. 아니, 미래를 어떻게 알겠냐고.. 할 수 있겠냐고 하면 당연히 아임파인땡큐처럼 일단 할 수 있다고 자동 발사되는 거 아니냐구.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내뱉은 말이 씨가 됐는지, 진짜 사람일 아무도 모른다는 말처럼 학원에서 공부하다 적성에 맞아서 진짜 개발자로 전직해 버렸다.(하지만 디자인 못 잃어😭😭😭)
결국 내뱉은 말을 지키기 위해서 진짜 고3 수험생 시절로 돌아간 기분이었다. 피똥 싼다고 표현하면 오바지만 기분만은 그랬음. 이과 갬성 1도 없는데 갑자기 쑤셔 넣으려니 부족한 건 한두 개가 아니고 학습량도 적지 않았다. 결국 CS 지식의 절대적인 필요성을 느끼고 일하면서 배울 수 있다는 방통대 컴퓨터과학과를 편입했고, 드디어 졸업을 앞두고 있다. 그리고 개발자인 친구의 조언에 따라 자격증이란 것도 따고 지금은 신입으로 돌아가 어리바리 개발 2년 차다. 나이 많은 중고신입이지만, 좋게 봐준 회사와 훌륭한 동료들 덕을 많이 봐서 그런지 어찌저찌 해내가고 있는 느낌이다.
디자이너 시절에는 매일 레퍼런스 쌓고 주말마다 전시나 세미나를 돌아다녔는데, 이젠 인강이나 기술서적을 보며 지낸다. 하는 일은 바꼈지만, 삶의 태도가 바뀔 문제는 아니라서 그런지 요즘이나 예전이나 익숙한 삶의 궤적이긴 하다. 아직은 배우는 게 즐거워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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